매일 책상 앞에 앉으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어제 다 못한 영어단어를 외워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공부에 몰입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아~ 언제까지 따분한 공부를 계속해야 하지?”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공부하는 분명한 이유를 갖지 못하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엄마가 걱정하시니까” 또는 “공부를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같이 이유를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겹고 따분한 공부를 왜 해야 할까요?


아마 부모님께 물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학교를 다니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 말씀에 동의하나요? 물론 부모님이 꼭 그런 의미로 공부를 하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물질적으로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매슬로(Maslow)라는 학자에 따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인간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긴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욕구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편안한 삶을 산다고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킨다고 행복할 수는 없으며 삼각형의 맨 꼭대기에 있는 자아실현 욕구까지 만족되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좋은 음식이나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공부를 한다기보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거 같습니다.

게다가 인간은 물질적 만족만으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인간에게 어떤 자극을 주면 일차 반응을 보이며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일차 반응과 반대되는 이차 반응이 나타납니다. 게다가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처음 나타난 일차 반응은 줄어들고 그것과 반대되는 이차 반응은 증가합니다.

가령, 마약을 처음 경험했다고 해보죠. 처음에는 엄청난 황홀감을 느끼지만 잠시 후 마약의 효과가 줄면서 허탈한 반응이 뒤따르게 됩니다. 같은 양의 마약을 계속 하면 황홀한 느낌은 줄어들고 허탈감은 증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마약 투여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자동차를 사고 넓은 집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그러한 삶에 권태를 느끼게 되고 더 많은 돈과 물질을 원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허무한 물질적 만족보다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그것을 실현하여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즐겁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유치원을 가보면 누가 하라고 하지 않는데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죠? 만일 “우리 아기들 열심히 그림 그리고 있어서 오빠가 상으로 과자 좀 줄게~”라고 하면서 과자를 주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조금 지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는 데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과자를 주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일으키는 힘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내부에서 오기도 합니다. 처음 아이들이 그림을 그린 것은 내부에서 오는 재미 때문이었지만 과자를 받게 되면서 내부의 힘 대신 외부의 힘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그리는 것에서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고 그 이유를 찾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공부를 하는 동안 즐겁지 않은 이유도 외부의 힘에 의해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도 외부의 힘보다는 내부의 힘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제 공부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거 같죠? 공부는 여러분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내적 욕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공부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부를 하는 목적을 정하는 일입니다. 목적을 정해야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기가 원하는 이상적인 상태(목적) 간의 차이를 늘 인식하게 되고 그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가령“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몸매를 가지겠다.”라는 목적이 있어야 현재 자신의 몸매와 비교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또한 목적이 분명하면 일시적으로 좌절이나 실패를 하더라도 낙담이나 실망을 덜 하지만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목적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목적을 정하라고 하면 “중간시험에서 10등을 올리겠다.” 같은 목적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이 없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과정보다 결과에 관심을 가지면 목적이 달성되지 못했을 때 그 동안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영어 교과서를 단어를 찾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겠다.”와 같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목적을 세워야 합니다. 과정을 중시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 오래 노력하고,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포기하기보다 부족한 면을 개선하는 기회로 받아들이게 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목적을 설정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목적을 세우고 노력하는 경험이 없는 학생은 어떻게 목적을 세우는지 그리고 어떻게 목적을 이루어나가는지 잘 모르고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아이들 조차 다른 사람이 정해준 목적보다 자신이 정한 목적을 이루는 것을 더 좋아하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작은 것이라도 늘 목적을 설정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학교생활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중요한 재산이 됩니다.

작은 목적을 성취하여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사람은 항상 성공만 할 수 없으며 실패한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일에서 실패를 경험한 후 그 일을 포기하면 똑같은 일이 다시 주어졌을 때 성공할지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이 결정되면 그것을 더 작은 목적으로 나누어 작은 성공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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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세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세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1]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 향상훈련
    [2] 속발음 억제를 위한 의미단위 읽기 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3. 독해력 훈련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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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독해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배경지식이 많고, 글에 제시되지 않는 정보를 추론할 수 있으며, 정보를 중요성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고, 자기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지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글과 관련된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고, 글에 있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에 적절하게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언어이해와 관련된 인지적 처리과정들이 잘 통합되어 있다.

독해력은 오랜 기간 동안의 집중적인 독서를 통해 얻어질 수도 있지만 단기간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독해와 관련된 두뇌의 언어정보처리기능들이 자동화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이 절에서는 이러한 독해력 향상을 위한 두뇌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1) 독해력 기초훈련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해의 기초가 되는 언어 정보처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표적인 언어 정보 처리능력은 의미단위 읽기 능력으로 글을 단어단위가 아닌 의미단위로 읽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글을 의미단위로 읽어 나가게 되면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이 향상되고 인지처리의 부담이 감소하여 글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 한편 작업기억은 글을 읽을 때 하상처리와 상하처리가 일어나는 장소로 작업기억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사고력에 기반한 문제해결이 원활해지게 된다. 끝으로 언어 사고력은 글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분석력과 추론력을 말하며 언어 사고력이 부족하면 글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무엇을 읽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글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절에서는 독해력의 기초가 되는 정보처리능력으로서 의미단위 읽기, 작업기억 능력, 언어 사고력이 훈련을 통해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도록 한다.


A. 의미단위읽기 훈련

읽기가 미숙한 아이들은 글을 단어 단위로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글을 읽는 단위가 단어일 경우에는 이해와 기억에서 많은 정보처리적 손실이 일어나게 되어 글이 길어질수록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글을 읽을 때 각 단어가 두뇌에서 하나의 정보처리 단위로 인식된다.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글의 의미]를 구성하기도 전에 벌써 단어를 처리하는데 정보처리용량이 다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글 읽는 속도도 느리고 오류도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단어단위로 읽는 습관을 교정하고 의미단위 읽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의미단위 읽기의 핵심은 단어에서 구로, 구에서 절로, 절에서 문장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 의미단위의 덩어리(chunk)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에 있다. 이렇게 처리되는 의미단위가 커짐으로써 인지부담을 줄이고 이해를 촉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목표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나의 목표’라는 의미단위와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단위와 ‘되는 것’이라는 의미단위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이 문장이 ‘나의 목표 = 아버지와 같은 사람’ 처럼 하나의 의미단위로 이해된다면 더 분명하게 이해되고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나의/ 목표는/ 아버지와/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처럼 나누어 읽었다면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단위 읽기가 하나의 ‘chunk’ 안에 더 많은 의미정보를 더 결합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모든 글이 의미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에 처리되는 정보의 양을 늘려, 처리해야 할 정보의 수를 줄임으로써 작업기억의 용량이 확보되면 남은 용량으로 이해와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의미단위의 폭을 얼마나 넓혀 읽어야 할까?

의미단위 읽기는 단지 무작정 넓혀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의미단위 읽기]라는 이름에서처럼 의미가 형성되는 단위만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의미가 형성되는 만큼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하나의 의미를 가진 심상으로 통합]되어 이해될 만큼의 범위를 말한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아버지’란 단어는 하나의 심상이며 의미단위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 아버지’도 하나의 심상이다. 다시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도 하나의 심상이다. 물론 ‘아버지’라는 단어보다 글의 분량이 훨씬 많지만 의미단위로 묶어 이해하면 똑 같이 하나의 심상을 가진 의미단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은 이렇게 하나의 심상으로 통합될 수 있지만 보통 우리는 이렇게 글을 읽지 않는다. 구나 절, 문장, 단락, 또는 지문이라는 의미단위를 하나의 심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문장을 지나치게 작게 쪼개어 분석적으로 읽으려고 하기 때문에 글 읽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물론, 글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 추론하거나 비판적 글 읽기를 해야 할 경우에는 글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적 글 읽기는 글의 내용과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미단위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의미단위로 심상을 형성하되 그것을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다. 아래의 지문을 읽을 때처럼 여러 단계의 의미단위 읽기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다음처럼 의미단위를 점점 확장시켜야 한다.

1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 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2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3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 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의미단위로 읽고, 그 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면서 읽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⑴ 글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여 일관된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던 읽기습관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의미들을 하나의 심상으로 통합하게 되어 글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⑵ 처리해야 할 의미정보의 수가 단어단위로 읽을 때보다 적어져 작업기억의 용량을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여분의 용량을 추론이나 사고에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글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읽기과정에서 생기는 오류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제 실제 의미단위 읽기를 연습해 보자.

우선 되도록 쉬운 글을 준비하되, 문학작품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진 글보다는 설명이나 논증글과 같이 내용상의 위계를 가지고 있는 글이 좋다.

⑴ 연필을 준비하고 글을 읽어 나간다.

⑵ 하나의 심상이 떠오르는 범위에서 사선을 긋고, 그 심상을 떠올려 본다. 처음에는 자신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의미단위 읽기라는 것도 결국은 이해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설명문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심상화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들을 사용한다. 그러나 추상적 개념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대상이나 경험이 있을 경우에는 심상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랑’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이라도 ‘부모님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행위들’ 같은 구체적인 경험들을 떠올려 심상화할 수 있다. 물론 생소하거나 낯선 개념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심상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⑶ 떠오른 심상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다는 기분으로 새로운 의미단위가 끝나는 부분에 사선을 그어 나가며 계속 진행한다. 이전 심상과 새로운 정보를 따로 생각하지 말고 글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는 기분으로 큰 덩어리의 심상으로 통합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⑷ 하나의 단락이 끝나면,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⑸ 읽으려고 계획한 부분을 다 읽었으면, 전체 내용을 읽는데 걸린 시간과 읽은 양을 체크한다. 또한, 글에 그은 사선의 개수를 세어 의미단위의 범위를 측정한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의미단위를 점점 넓혀 가는 것과 의미단위를 심상화하는 속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즉, 의미단위의 범위와 속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읽었던 자료를 다음 훈련에 다시 활용해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그었던 사선은 지우거나 동일한 자료를 새로 준비해야 한다.

⑹ 훈련을 마무리하기 전에 자신이 그었던 사선을 바탕으로 글 전체를 의미단위로 다시 훑어 본다. 처음 의미단위를 나눌 때는 익숙하지 않아 이해가 어려웠더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 의미단위에 대한 감각이 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단위 읽기 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의미단위를 시폭과 혼동하여 한 눈에 봐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시각 시스템의 생리학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하다. 특히, 속독에 대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마치 사진 찍듯이 넓은 의미단위를 한 눈에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즉, 의미단위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은 글에 있는 구나 절 또는 문장들을 하나의 ‘chunk’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을 한 눈에 넓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큰 의미단위가 하나의 ‘chunk’ 로 인식될 때 우리가 그것을 한 눈에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즉, 생물학적으로 보면 [시각적 착각]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한 눈에 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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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세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두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1]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 향상훈련
    [2] 속발음 억제를 위한 의미단위 읽기 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3. 독해력 훈련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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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2] 속발음 억제를 위한 의미단위 읽기 훈련

우리가 글을 읽는 방법에는 소리를 내어 읽는 방법과 눈으로 읽는 방법이 있다.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글자]→[발음]→[의미] 순으로 이해가 이루어지게 된다. 글자로 된 책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이렇게 소리를 내어 읽는 방법이 좋겠지만 일단 어느 정도 책을 읽는데 익숙해졌는데도 계속해서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발음속도 이상으로 독해속도를 높일 수 없다.

게다가 어렸을 때 소리를 내어 읽던 습관 때문에 우리는 눈으로 읽을 때도 [글자]→[발음]→[의미] 의 순서로 글을 이해하려고 한다. 물론 어릴 때처럼 소리를 내어 발음을 하지는 않지만 글자의 발음이 자동적으로 성대의 운동근육을 움직이게 하는데, 이때 일어나는 작용을 속발음이라고 한다.

속발음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언어의 속성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글자를 시각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그것을 청각적 정보로 바꾼 뒤에 두뇌에 저장된 의미와 연결시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발음이 어려운 단어나 글자는 직접 소리 내거나 속발음을 하지 않으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속발음을 하게 되면 소리를 내어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발음하는 속도 이상으로 독해속도를 높이기 어려워 글을 빨리 읽는 것을 방해한다. 인지심리학자인 Reed는 속발음을 제거하면 독서속도가 향상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속발음이 독해속도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며, 속발음을 제거하면 독해속도는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듯, 속발음을 하면 글이 [글자]→[발음]→[의미]의 순서로 처리되기 때문에 독해속도가 느려진다. 독해속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은 [글자]→[의미]의 순서로 읽는 것이다. 사실 글의 이해는 뇌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뇌의 이해 속도는 아주 빠르기 때문에 속발음을 하지 않아 [글자]→[의미]의 순서로 읽는다면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속발음이 독해속도의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일반적인 속독 프로그램에서도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문자열을 눈으로만 읽도록 유도한다든지 심지어 입에다가 막대기를 물고 글을 읽도록 하는 좀 우아하지 않은 방법조차 사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문제는 의식적으로 속발음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속발음이 더 심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속발음이라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성대의 운동신경에 신경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읽더라도 발음정보를 의식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발성 준비상태가 되기 때문에 단순히 속발음을 없애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해과정에서 속발음을 없앨 수 있을까?

그 전에 글을 청각적 정보로 바꾸는 것과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이 사실은 다른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글을 청각적 정보로 바꾼다는 것은 실제로 발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두뇌에서 사용하는 [소리코드]로 자동적으로 바뀐다는 의미이며, 마치 컴퓨터를 사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면 컴퓨터 내에서는 0이나 1의 이진법으로 바뀌어 처리되는 것과 같다.

가령, ‘아버지’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우리 두뇌는 그것을 [소리코드]로 바꾸며, [소리코드]는 그것의 의미를 장기기억에서 떠올리게 해줘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이 [소리코드]는 의미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아버지’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에 대한 [발음정보]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은 ‘아버지라는 단어의 의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라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아버지란 단어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라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아버지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발음되었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발음을 한다는 것은 ‘아버지’란 단어의 [소리코드]가 떠올린 [발음정보]가 운동신경을 통해 우리 혀나 성대의 근육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에 전달되어 실행될 때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소리코드]가 떠올린 [발음정보]와 실제 [발음]과는 다른 것이다.

글을 읽는데 미숙한 학생들은 [발음정보]를 의식적으로 떠올리며 글을 읽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실제 발음을 하지 않더라도 [발음정보]가 운동신경을 통해 혀나 성대에 전달되고 발성의 느낌을 피드백 받은 후에 그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에 글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이해의 정확성도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발음을 의식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글을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 속발음을 하지 않는 상태(의식적으로 [발음정보]을 떠올리지 않는다는 것)는 그 글의 의미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누구나 글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어려운 개념이 나왔을 때 발음이 더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경우 속발음은 의미처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글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작업기억이 그 의미를 잘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더 오랫동안 단기기억에 머물게 해준다. 그러나 이렇게 속발음을 하는 행동이 습관화되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도 속발음을 하면서 읽게 될 수 있다.

속발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히 속발음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발음정보]를 의식하지 않도록 읽기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발음정보]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의미를 지각하는 범위를 넓히고 글을 빠르게 읽어 나가도록 하여 글의 내용에 몰입하도록 해야 속발음이 교정될 수 있다.

즉, 눈보다는 뇌로 읽는 것, 다시 말하면 의미단위로 글을 읽어야 한다.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의미단위의 크기가 넓어질수록 글자에 대한 속발음의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은 속발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까 속발음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의미단위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속발음을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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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첫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1]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 향상훈련
    [2] 속발음 억제를 위한 의미단위 읽기 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3. 독해력 훈련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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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1]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 향상훈련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시선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도약과 고정을 반복하면서 움직인다. 도약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며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동안에만 우리는 원하는 단어를 지각할 수 있다.

또한, 시선을 고정하고 응시(fixation)를 하는 동안 명시점에 있는 단어를 지각할 뿐만 아니라, 준명시점을 통해 다음에 도약할 지점을 미리 정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원하는 지점으로 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글을 잘 읽는 학생과 잘 읽지 못하는 학생 사이에는 이러한 안구운동의 능숙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시지각과 두뇌의 협응에서 중요한 것은 지각폭(perceptual span)이다. 지각폭이란 안구가 고정되어 있는 동안 지각하는 낱자와 여백의 범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안구가 정지해 있는 동안 볼 수 있는 낱자는 좌측으로 약 4개 정도의 낱자들과 우측으로 약 15개 의 낱자들이다. 지각폭은 준명시점을 포함한 범위로서, 우측에 놓인 단어들 사이의 여백을 파악하여 현재 보이는 단어의 길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준명시점에서 지각되는 정보들을 읽기 단서로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더 능숙하게 표적단어로 안구를 도약시키고, 읽고 있는 단어들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명시점의 오른쪽으로 8개의 여백 너머에 놓여 있는 단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Rayner, 1998).

글을 읽을 때 글줄을 잘 놓치거나 읽은 곳을 다시 돌아와 읽는 회귀를 보인다면, 시선의 움직임이 글을 읽는 패턴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시각과 두뇌 간의 협응이 능숙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를 위한 워밍업 훈련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① 시각적 주의조절 훈련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을 향상하기 위한 훈련으로 두뇌에서 다음 지점을 예측하고 눈으로는 그 지점을 찾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시각적 주의를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 훈련과정은 다음과 같다.

⑴ 연습장에 1부터 20까지의 숫자를 적는다.
⑵ 1부터 20까지 순차적으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시작한 시간과 끝난 시간을 잰 뒤 총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기록한다.
⑶ 매일 워밍업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여 성취감을 제공한다. (또는 숫자의 개수를 늘릴 수도 있다)


② 시선이동 훈련

시선이동 훈련은 명시점을 중심으로 준명시점에 있는 단어를 예측하여 글줄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훈련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⑴ 행간이 넓은 책(어린이용 책)을 준비한다.
⑵ 각 행의 양쪽 끝에 번호를 매긴다.
⑶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글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며 행이 끝나면 다음 글줄로 시선을 이동한다. 숫자에 맞춰 순차적으로 시선을 이동시켜 나간다.
⑷ 점점 행간이 좁은 책으로 바꿔 나간다.

비록 워밍업 훈련이지만 이 훈련들은 시각과 두뇌 간의 협응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안구를 움직이는 훈련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즉, 우리 두뇌가 이동한 지점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시선 협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훈련들은 워밍업이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 1분 이내에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한다.


③ 시각-두뇌 협응기능을 이용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똑같은 분량의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람은 빨리 읽고 어떤 사람은 늦게 읽는다. 가령, ‘성격이 급한 사람’은 어떤 책을 주더라도 책을 빨리 읽으려고 하겠지만 ‘성격이 느긋한 사람’은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그러나 독서 속도가 느린 사람들 대부분은 성격이나 시간 같은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천천히 읽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행하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증명되었다.

즉, 독서 속도가 느린 사람의 시선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구도약이 일어난 후 시선이 고정되었을 때 머무는 시간이 매우 길다. 또한 이미 보았던 부분을 다시 보는 ‘회귀 현상’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안구의 고정시간‘이 길어지고, ’회귀현상’이 자주 나타나게 되면 독서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것은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도 나타나지만 잘못된 독해습관으로 인한 시각 시스템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안구의 움직임 패턴을 교정함으로써 어느 정도 독해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글 읽기에 적절한 시각과 두뇌 간의 협응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선회귀의 억제, 응시시간의 단축, 시선이동 패턴의 정렬, 지각폭의 확장 등의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안구의 움직임 패턴을 교정하여 시각과 두뇌 간의 협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으로 밑줄 따라가기 훈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밑줄을 치면서 글을 읽는 것은 독해속도를 떨어뜨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독서습관이지만 시각-두뇌 간의 협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으로 일시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쉬운 책과 펜을 준비한다. 워밍업에서 활용했던 책을 다시 사용해도 된다.

⑴ 펜의 뒷부분으로 글줄을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어 나가며 읽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펜을 그어 나가는 이유는 시선을 글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다. 글을 읽을 때에는 펜을 주시하지 말고 펜의 움직임을 가이드 삼기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했듯이 글의 지각은 흐르듯이 진행되지 않고, 고정과 도약의 반복을 통해 지각되기 때문이다.

이때, 놓친 단어나 내용이 있더라도 절대 펜의 방향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 주의를 기울였다면 글은 이미 우리 눈을 통해 뇌로 지각된 상태이고 그 내용을 감각기억에 200~400msec 동안 유지하고 있다(Cowan, 1995; Neisser, 1967; Sperling, 1960). 뒤로 되돌아가 읽는 시선회귀는 대부분 의미통합의 실패 때문에 일어나지만 시선회귀가 자주 반복되면 습관적으로 내용을 확인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 훈련은 시선회귀에 대한 교정이 목적이기 때문에 훈련을 하는 중에는 의식적으로 시선회귀를 억제해야 한다.

⑵ 펜이 우측의 끝에 다다르면, 펜을 다음 글줄로 빠르게 옮겨 다시 진행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시선이 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을 읽어 나가는데 펜의 도움을 받아 행을 놓치지 않는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모든 훈련이 그렇지만, 단순한 운동과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펜은 읽는 과정에서 시선회귀와 응시의 고착에 대한 교정을 위해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⑶ 문장이 모두 끝나거나, 짧은 내용의 단락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곧바로 그 주된 내용을 회상하거나 요약하여 기록한다. 예를 들어, ‘제일 오래된 기계 중의 하나, 플라이휠’이라든지, 더욱 간단하게 키워드를 기록해도 된다.

⑷ 펜을 따라가며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이제 마음속으로 펜을 그어가며 읽는다. 제한시간을 정해두고 다음 훈련 때에는 더 많은 페이지를 읽는 것에 도전하거나, 동일한 페이지를 읽는 시간을 더 단축하는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제공한다.

글에 대한 지각은 하상처리(bottom-up)에서 시작되지만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상하처리(top-down)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글을 읽다가 되돌아가 읽는 시선 회귀는 지각의 문제라기보다는 글을 단어단위로 읽는 습관 때문에 단기기억의 용량이 초과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단어단위보다 의미단위로 읽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또한, 글을 읽다가 다음 줄을 놓치는 것은 의미예측의 실패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우리는 명시점에 있는 단어의 의미에 근거하여 준명시점에 있는 단어들을 예측하고 그들 간의 의미적 연결을 시도하여 문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해 나가게 된다. 이러한 의미통합과정이 잘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다음 줄에 오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 예측하기 때문에 글줄을 놓치지 않지만 단어단위로 글을 읽는 독자는 다음에 오는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줄을 놓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모든 시지각 훈련은 단어단위로 이루어지기보다 의미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시선회귀나 글줄을 놓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다음 내용을 예측하면서 읽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이러한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의미를 통합하면서 글을 읽어나갈 수 있다.

따라서 시지각과 두뇌의 협응력이 부족하여 독서 속도가 느린 사람은 그 동안 몸에 체화되어 있는 잘못된 독해습관을 여기에서 제시된 훈련방법으로 교정해야 한다. 즉, 우선 좌에서 우로 이루어 지는 순차적 독해를 유도하여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선회귀, 응시고정을 막고, 시폭을 조금씩 늘려 나감으로써 명시점과 준명시점에 있는 단어들의 의미를 의미단위로 보다 빠르게 통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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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제일 싫은 과목이 무엇일까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수학이 일등이고 개인에 따라서 영어나 언어가 2등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수학은 계열적이고 위계적인 과목이다 보니 처음에 기초를 튼튼하게 해놓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는 괴로운 과목이죠.

그런데 언어계열인 영어는 어떨까요?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수학처럼 어렵지는 않지만 지루하고 짜증나는 과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순서는 누구나 비슷합니다. 먼저 단어 외우고 문법 공부하고 독해문제 풀고 그 다음 리스닝을 훈련합니다. 요즘 영어 조기 교육 붐이 불어서 어릴 때부터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운 학생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중학생이 되면 공부하는 방식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 어학연수 다녀왔다고 외국어 영역성적이 좋은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발음이 좋고 영어로 대화도 잘 하지만 그런 능력이 시험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 제일 힘든 것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과 영문법 공부를 예로 듭니다.

영문법, 꼭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나간다는 영문법 책을 사서 공부하다가 조금 지나면 또 까먹고 다시 다른 영문법 책으로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족집게처럼 영문법을 강의한다는 인터넷 강사의 강의를 열심히 들어보는데 들을 때는 머리를 끄덕이고 다 이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서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뭘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영문법 공부가 어렵다 보니 영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영어를 말하고 시험을 보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하는 각종 비법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어공부를 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손에 들고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영어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영어공부가 귀찮은 과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은 영어의 필수구문이 포함된 100여 가지 문장만 외우면 영문법 공부나 독해공부를 따로 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 없다는 주장을 했었죠. 그렇지만 그런 공부법은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실제 상황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외웠다고 하더라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그런대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뭔가 외운다는 것은 엄청나게 지겹죠.


그렇다면 영문법은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을까?

영어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영어로 되어 있는 쉽고 짧은 쉬운 소설이나 책을 여러 번 읽어 그 내용이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오도록 하라고 합니다. 내용을 다 암기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전반적인 내용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문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설들을 읽다보면 점차 무엇이 맞는 영어이고 무엇이 틀린 영어인지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총체론적 학습법(holistic learning method)라고 하는데 많은 자료를 우리 머릿속에 밀어 넣으면 그 자료에서 공통적인 것이 귀납적으로 이해되어 영어의 기본적 원리를 깨우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필자도 학생 때 포켓북으로 나온 영어책을 자주 읽었던 기억이 나고 그런 경험을 통해 따로 단어를 외우거나 영문법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영어공부를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영어책을 읽다보면 틀린 문장을 찾으라는 시험문제가 나왔을 때 분명하지 않더라도 뭔가 어색한 문장을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영어공부를 할 때는 좋은 방법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자, 먼저 복잡한 영문법이 아닌 개략적으로 영문법을 소개한 짧은 영문법 책을 하나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습니다. 이때 억지로 외우거나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빨리 읽어나갑니다.

그러고 나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영어교과서의 지문 하나와 평소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영어지문(축구를 좋아하면 박지성이 활약하는 프리미어 리그를 소개하는 인터넷 영어신문 기사도 좋습니다) 하나를 골라서 읽어봅니다. 처음에는 영어문장을 꼼꼼히 분석하지 말고 그냥 대충 이해하면서 읽어보고 나중에 몇 차례 다시 읽어봅니다. 척 봐도 지문의 내용이 머리에 쉽게 들어온다고 느껴지면 영문법 책을 한 장씩 읽어보고 자기가 읽었던 지문과 대조해 봅니다.

이런 식으로 먼저 지문을 여러 차례 읽어보고 영문법 책의 각 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나가는 것이 영문법을 정복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거 같습니다.

무작정 영어지문을 읽다보면 영어를 알게 된다는 식의 공부법은 이제 너무 식상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수능 외국어영역 시험 대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실시되어 독해나 듣기 뿐 아니라 말하기, 쓰기 능력을 평가하게 되면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 입장에서는 영문법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똑 같은 영어공부를 해도 어떤 사람은 영화를 통해 하는 것이 더 잘 된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면 딴 생각이 들어 영어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왕 영문법을 공부한다면 보다 자기에게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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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두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여덟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1]독해에 관여하는 복잡한 처리과정들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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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지금까지 글을 읽을 때 시지각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하상처리와 우리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상하처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글을 읽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처리과정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글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두 처리과정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이해를 돕게 된다.

하상처리의 핵심은 첫째로 안구의 고정시간과 회귀이다. 글이 어려울 때 고정시간이 늘어나고 회귀가 증가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성격이나 교육의 영향으로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긴 고정시간과 빈번한 회귀를 보이며 그렇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된 경우가 많이 있다.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글의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에 글의 전체맥락이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져 시험과 같이 짧은 시간에 지문을 독해해야 하는 경우에 잘못된 답을 선택하기 쉽다. 둘째는 명시점과 준명시점의 활용이다. 독서량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은 한단어씩 읽어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호흡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를 읽으면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가면 뒤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명시점과 준명시점의 폭을 유지하여 다음에 나오는 내용을 예측하면서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상하처리의 핵심은 첫째, 통사적 지식에 근거하여 문장에서 명제를 빨리 구성하는 것이다. 독서량이 많으면 문장에서 명제를 구성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문장의 구조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이러한 과정이 느려지게 되고 잘못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문장들을 의미적 관계로 연결하여 응집성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참조 추론이나 인과 추론 등을 통해 문장간의 관계성을 밝히고 그것을 통해 글의 의미를 응집성 있게 이해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추론적 사고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잘못된 추론이 일어나게 되어 글을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셋째, 문장에서 추출된 명제들을 위계적으로 나열하여 전체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글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한계는 명제간의 위계적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내용은 기억하지만 글의 전체 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하상처리와 상하처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초능력에 기반하고 있다. 가령, 참조추론이나 인과추론만 하더라도 추론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글에 나와 있는 추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잘못된 이해를 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독해의 기본능력으로는 작업 기억 능력, 의미단위 읽기 능력, 언어 사고력 등이다.

기본능력 중 작업 기억은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하상처리나 상하처리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작업 기억의 용량이 적게 되면 글의 이해에 필요한 처리과정에 혼란이 생기게 되고 그에 따라 읽기속도가 떨어지거나 이해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의미단위 읽기능력은 시지각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독해습관이나 낮은 작업 기억 효율성과 관련되어 있다. 숙달된 독자는 글을 읽을 때 한 단어씩 읽지 않으며 의미적으로 완성된 단위, 즉 의미단위로 글을 읽는다.

의미단위로 글을 읽게 되면 안구고정이나 회귀가 감소하고 준명시점에 있는 정보를 예측하는 능력이 증가한다. 또한 작업 기억에서 다루어지는 단위가 단어에서 의미로 확대되어 작업 기억의 기억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여분의 자원을 추론 같은 사고과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글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끝으로 언어 사고력은 문장들을 연결하는 의미적 관계를 찾아내고, 단락의 구성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판단하고, 글쓴이의 주장에 적합한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등 글의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성을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기초능력이다. 독서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언어 사고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논리적 판단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쉽게 틀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독해의 핵심적인 원리들을 지각과정, 인지과정, 기본 능력별로 설명하였다. 독해력은 이러한 세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게 되며 그 어느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독해속도가 떨어지거나 글을 읽어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런 능력들은 오랜 독서경험을 통해 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부분적으로 떨어지는 능력들은 다음 장에서 제시되는 훈련을 통해 비교적 단시간 내에 교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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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두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일곱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Ⅱ. 독해의 원리


  1. 글 읽기의 지각과정 | 하상처리
 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1]독해에 관여하는 복잡한 처리과정들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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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1. 작업 기억 용량(working memory span)
작업 기억은 영어의 ‘working memory’를 번역한 말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Baddeley가 기억에 관한 새로운 이론에서 일반화시킨개념이다. 그런데 요즘 작업 기억이란 말이 방송과 신문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것은 작업 기억이 독해능력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며 독해능력이 모든 공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은 단어의 뜻을 파악하여 문장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부터 각 문단의 핵심어와 글의 구조를 파악하여 전체글의 주제를 이해하는 과정까지 아주 복잡한 처리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처리과정은 작업 기억에서 이루어진다. 작업 기억 용량이 적으면 앞에서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여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므로 읽는 속도가 떨어지고 글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이해하였다고 하더라도 글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의 작업 기억 용량은 공부에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작업 기억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아보자.
작업 기억에 대
한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이중기억이론(dual memory theory)이 기억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이었다. 이중기억이론에서는 기억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기기억은 외부에서 주어지거나 장기기억에서 떠올린 정보를 잠시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기억 저장소이고, 장기기억은 단기기억에서 암송이나 의미적 체제화에 의해 전이된 정보를 아주 오래 기억하는 기억 저장소로 보았다. 우리가 자주 듣는 ‘magic number 7’ 이란 말은 단기기억에 일시적으로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의 개수가 7±2개이며 이 숫자가 문화나 연령과 무관하게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머리에 떠올려진 정보를 유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단기기억은 인간이 뭔가를 생각하는 동안에 작동하는 ‘의식(consciousness)’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Baddeley는 이중기억이론에서 말하는 단기기억의 개념이 이러한 인간의 의식을 나타내기에는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단기기억을 대신하여 인간의 의식을 나타내는 작업기억의 개념을 제안하였다.

작업기억은 그림 2-10과 같이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 시공간-메모장(visuo-spatial sketchpad), 중앙관리자(central executive)라는 세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음운루프는 소리에 기초한 정보를 유지하고 조작하는 곳으로 우리가 말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작용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단어에 대한 정보는 그림으로 저장되지 않고 음성으로 전환되어 음운루프에 저장된다. 또한 시공간-메모장은 시각정보와 공간정보를 저장하는 곳으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았거나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 그것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다. 음운루프나 시공간-메모장은 단기기억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중앙관리자는 주의를 음운루프나 시공간-메모장에 할당하거나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탐색된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ADHD와 같은 주의결함장애를 보이게 되어 정상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2. 의미단위 읽기 능력(semantic unit reading ability)
일반적으로 우리는 글을 빨리 읽으면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을 빨리 읽을수록 이해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느리게 읽을 때 이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느리게 읽는 것이 왜 더 큰 문제인지 두 가지 듣기 방식을 비교하여 알아보자.

‘철수가 어제 친구를 만나서 축구를 하고 오후에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서점에 들러 책을 샀다. 집에 와서는 이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썼다.’ 라는 문장이 있다. 처음에는 ‘철·수·가·어·제·친·구·를·만·나·서·축·구·를·······’ 식으로 문장이 천천히 1초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들렸다고 가정하자. 이번에는 같은 문장이 2~3배 빠른 속도로 들렸다고 가정하자. 느 쪽이 더 이해하기 쉬울까?

느리게 듣는 것보다 빠르게 듣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느리게 듣게 되면 들리는 개개의 소리가 하나의 정보단위로 처리되며 우리 작업기억의 용량은 7±2개로 매우 적기 때문에 용량을 초과하게 되면 먼저 들었던 내용은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느리게 듣게 되면 전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빨리 들으면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중요한 내용을 묶어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기억의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듣는 것이 더 쉽게 이해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개 두 번째 방식으로 말하고 듣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말하고 듣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숙달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읽기를 한번 생각해 보자. 듣고 말하는 것에서는 개인차가 별로 없지만 눈으로 읽는 것은 조금 다르다. 글을 읽는 것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각 개인별로 숙달된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평균적으로 분당 960~1,500자를 읽을 수 있어야 정상적인 독해가 가능하지만 일반인들의 평균 글 읽는 속도는 500자 내외에 불과하다. 이렇게 독해속도가 떨어지게 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어서 정보를 찾기보다 영상이나 그림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고, 글을 읽더라도 요약된 짧은 글을 주로 읽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집중적 읽기를 게을리 하면 글이 조금만 어려워도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뒤로 회귀하거나 한 글자나 한 단어씩 또박또박 읽는 습관이 생겨 글을 읽고 난 후에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요즘 아이들은 글을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독서를 해 온 아이들은 글을 읽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글을 읽기 때문에 독해속도가 늦어 책을 읽기 싫어하게 되고 참고 끝까지 읽더라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잘못된 읽기 습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꿀벌의 꼬리춤은 전체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자.
잘못된 읽기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꿀벌의/ 꼬리춤은/ 전체/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 중/ 가장/...’ 처럼 한 단어씩 읽거나 심지어 ‘꿀/벌/의/꼬/리/춤/은/전/체……’ 처럼 한 글자씩 읽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읽으면 읽기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입력된 정보가 금방 작업기억의 용량을 초과하기 때문에 듣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올바른 읽기 습관을 가진 아이들은 ‘꿀벌의 꼬리춤은/전체 동물의/의사소통 체계 중/가장 정교한 것으로/유명하다.’ 처럼 읽거나 ‘꿀벌의 꼬리춤은/전체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 중/가장 정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처럼 끊어서 읽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안구 상으로는 한 단어씩 빠르게 읽어 나가지만 뇌에서는 의미가 완결되는 단위(의미단위)로 글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읽기 방법
‘의미단위 읽기’ 라고 하는데 ‘의미단위 읽기’는 글의 내용을 의미단위로 구분하여 받아들여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읽기속도와 이해 정도가 증가할 뿐 아니라 작업기억의 효율성을 높여 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3. 언어 사고력(linguistic thinking ability)
수능 언어영역은 학생들의 언어사고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시험이다. 언어 사고력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하고, 결정을 내리며, 사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정신과정으로, 해답을 위한 탐구와 의미를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분석의 과정을 거쳐 추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분석력과 추론력이 언어 사고력의 핵심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글이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분석력은 글의 이해과정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학에서는 분석적 사고를 글로부터 추론에 사용될 논리적 형식을 추출하는 과정으로 여기는데 여기에는 복잡한 문장구조로부터 명제들을 분리해 내고 명제들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것을 포함한다.

분석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추론은 정확하게 이루어졌지만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모든 죄인은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죄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

추론과정만으로 보면 이 주장은 형식 상 오류가 없지만, 분석에서 내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전제에서 언급된 ‘죄인’은 ‘형사적 의미’와 ‘종교적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고려하지 않아서 이와 같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분석력에는 명제에 포함된 내용의 오류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글에 제시된 내용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을 비롯한 다양한 능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 내용상 오류를 파악할 수 있다.
- 도표, 자료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 의견을 비교하고 대조할 수 있다.
-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다.
- 글 다음에 이어질 말을 예측할 수 있다.
- 상대방의 주장 전개에 사용된 추론양식을 알 수 있다.

 추론(reasoning)은 추리(inference)와 자주 혼동되는데 논리학에서는 논리적 사고가 이루어지는 절차를 추리라고 하고 그것이 언어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추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양궁선수가 3년 동안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기록을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생각을 하는 과정을 추리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을 추론이라고 한다. 

홍길동은 지난 3년간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승하였다. (전제)
따라서 홍길동은 다가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다. (결론)

논리학에 따르면 정확한 추론을 위해서는 추론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대표적인 추론 유형은 연역(deduction)과 귀납(induction)이다.

연역은 삼단논법과 같이 전제가 옳은 경우에 결론이 옳은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귀납은 유추나 인과관계와 같이 개별적인 사실들로부터 일반적인 사실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내용의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추론과정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 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택한 추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추론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추론의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에, ~이므로’와 같은 전제를 나타내는 말이나 ‘그러므로, 그래서, 고로, ~을 의미한다.’와 같은 결론을 나타내는 말이 있으면 추론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추론이 존재한다면 그 전제와 결론을 확인하고, 순서대로 정리한 후 불필요한 내용은 제외하거나 요약한다. 그 다음에는 너무 뻔해서 글의 흥미를 줄이기 때문에 빠져있는 전제들을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추론의 정당성을 평가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추론력은 다음의 두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첫째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주장에 적합한 전제나 근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에는 논리를 제대로 전개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글의 주장을 비판하려고 하더라도 반박에 필요한 타당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추론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즉, 근거가 제시된 주장인지 단지 근거 없이 단언만 제시된 주장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주장에 적합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둘째는 ‘추론규칙에 맞게 추론하는 능력’이다. 타당한 전제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논리의 전개과정이 타당하지 못하면 주장은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심 주장과 그것에 필요한 근거를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추론력을 갖추었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 가능하다.

- 주장에 적합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 근거가 제시된 주장과 근거가 없는 단언을 구분할 수 있다.
- 논리전개 과정이 타당하다.
- 표현되지 않은 전제와 가정을 알 수 있다.
- 중심주장과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

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두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여섯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Ⅱ. 독해의 원리


  1. 글 읽기의 지각과정 | 하상처리
 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1]독해에 관여하는 복잡한 처리과정들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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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그림 2-8은 글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글의 이해과정을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글을 이해하는 과정을 단어이해단계, 문장 이해단계, 텍스트 이해단계로 구분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단어 이해단계
글을 이해하는 과정을 밝히는 첫 출발은 문장이나 글을 이해할 때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파악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단어 이해과정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어휘접속(lexical access)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듯이 단어의 의미나 형태를 심성어휘집(mental lexicon)이라고 부르는 머릿속에 있는 사전에서 찾아내기 때문이다. 심성어휘집은 그림 2-9에서 보는 바와같이 철자, 발음, 의미, 품사 등 단어들에 관한 각종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는 장기기억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어의 사용빈도나 전형성 또는 음절수 같은 특징이 어휘접속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는 낮은 단어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게 어휘접속이 이루어지며(Foss, 1969), 범주를 대표하는 사례의 이름은 대표성이 떨어지는 사례의 이름보다 더 빠르게 처리되는 경향이 있다(Smith & Medin, 1981). 또한 단어의 길이도 어휘접속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령, 1음절 단어(책)는 4음절 단어(바람개비)보다 읽기 시간이 빠르다. 이처럼 사용빈도, 전형성, 단어길이 등이 어휘접속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문장 이해단계

단어의 뜻은 머릿속에 저장된 의미를 찾기만 하면 알게 되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단어들 간의 문법적인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민희는 선물을 샀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려면 ‘민희’나 ‘선물’ 등 단어들의 뜻을 먼저 알아내고 단어들 간의 문법적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즉, ‘민희’는 문장의 주어이고, ‘선물’은 목적어, ‘샀다’는 서술어라는 문법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단어들의 문법적인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구문분석 혹은 통사처리(syntactic processes)라 한다. 따라서 문장을 의미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사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결과로 문장의 의미인 문장 표상(sentence representation)이 형성된다.

문장의 통사처리과정은 어휘접속 과정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글을
읽는데 통사적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사처리에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을 줘보면 된다. 즉,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장이나 두 개 이상의 통사구조로 분리될 수 있는 다의적(ambiguity) 문장을 사용하여 통사처리에 인지적 부담을 주면 글을 읽는 속도도 떨어지고 정확한 이해도 어려워지게 된다.

가령, 다음 두 문장을 보면 다섯 번째 어절에서 읽기시간의 차
이가 나타날 것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2번 문장을 읽는데 더 오래 걸린다.

①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사실이 알려졌다.
②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건축가를 비판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①, ②번 문장에서 ‘사실’ 또는 ‘건축가’ 앞 네 어절에서는 읽기 시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②번 문장의 다섯 번째 어절에서 독자는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운전수’로 이해한 후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건축가’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①번 문장은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운전수’라는 이해가 계속 유지된다. 이것은 통사처리의 부담이 읽기 시간을 증가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문장의 통사적 구조가 단순하여 문장구조를 파악하기 쉽다면 빠르게 이해되지만 통사적 구조가 복잡하거나 두개 이상의 구조로 해석된다면 읽기 시간이 느려질 것이다.


3) 텍스트 이해단계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지만 텍스트는 단어나 문장에서 주어지지 않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지식에 기반하여 이를 추론하고 전체 내용을 통합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즉, 텍스트를 읽는 동안 문장 또는 명제 간의 연관성을 추론하여 글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사전지식(prior knowledge)에 기반해 문장이나 명제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추론하여 텍스트에 빠져있는 정보를 채워 넣으면서 텍스트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텍스트 이해는 텍스트 자체에 있는 명제 간의 관계들에 기초하여 전체 텍스트의 구조
를 형성하는 단계와 텍스트 이외의 사전지식에 근거한 정보를 통합하여 텍스트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A.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개별 문장에서 얻어진 명제들 간의 관계를 찾아낸다.

첫째, 명제 간의 관계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앞에서 제시된 내용(선행어)과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대용어)간의 의미적 연결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것을 참조추론(reference inference)이라고 한다. 예컨대, ‘철수는 밥을 먹었다, 그는 반찬도 함께 먹었다’에서 ‘철수’는 선행어이며, ‘그’는 대용어에 해당한다. 즉 선행어와 대용어 사이의 연결추론이 잘 이루어져야 텍스트에 대한 일관된 표상을 형성할 수 있다.

둘째, 텍스트에 표현된 사건이나 상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추론(cause-effect inference)이 이루어져야 텍스트의 전체구조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게 된다. 가령, ‘철수는 영희에게 돈을 돌려주었다.’(A)와 ‘철수는 영희에게 돈을 꿨다.’(B)라는 문장이 있을 때 (B)가 (A)보다 먼저 일어났으며 (A)의 원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텍스트에는 없는 정보와 텍스트에 있는 정보를 연결하는 요소를 찾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을 교량추론(bridge inferenc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소풍을 갔다. 음료수가 시원했다’(A)라는 문장이 ‘철수가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냈다. 음료수가 시원했다’(B)보다 더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그 원인은 (A)를 이해하려면 ‘철수’가 소풍을 갈 때 ‘음료수’를 가지고 갔을 거라는 추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텍스트의 내용을 분석하고 추론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의 사전지식(prior knowledge)과 연결하여 텍스트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추리해야 한다.

B. 명제들을 위계적으로 구조화하여 글의 요지를 파악한다.

명제들 간의 관계를 찾아낸다고 텍스트 전체의 의미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는 개별 문장의 의미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의미의 중요성에 따라 문장의 의미들이 위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다음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수준 1. 이집트 왕이 죽다. 왕이 무덤을 준비하다.
수준 2. 무덤은 돌무더기이다. 돌무더기는 높다.
수준 3. 돌무더기가 후세에 영광을 전한다.
           영광은 이집트 왕에 대한 것이다.

이 문장들은 수준 1에서 3까지 위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준 1은 수준 2보다, 수준 2는 수준 3보다 더 상위에 있는 명제이다. 사람들에게 이 명제들을 읽도록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을 하도록 하면 하위에 있는 명제보다 상위에 있는 명제를 더 잘 기억하였다(Meyer, 1975). 이렇게 상위명제를 잘 기억하는 이유는 상위명제가 글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언어시험에서 ‘지문을 읽고 요지를 찾아라.’라는 문제도 학생들이 글에서 명제들 간의 위계구조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것이다.

이러한 명제들 간의 위계구조를 미시구조(microstructure)라고 부르며 글에 따라서 미시구조만으로 전체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 승, 전, 결’처럼 이야기가 대개 어떻게 흘러간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어야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보고서처럼 ‘이런 목적으로,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고, 이런 의미가 있구나.’라는 일반적으로 과제수행 과정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텍스트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며 이것을 거대구조(macrostructure)라고 부른다. 이처럼 글의 특성에 따라서 미시 구조만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경우가 있고, 거대 구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스터디포스 독해력연구소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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