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두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여덟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1]독해에 관여하는 복잡한 처리과정들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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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지금까지 글을 읽을 때 시지각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하상처리와 우리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상하처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글을 읽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처리과정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글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두 처리과정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이해를 돕게 된다.

하상처리의 핵심은 첫째로 안구의 고정시간과 회귀이다. 글이 어려울 때 고정시간이 늘어나고 회귀가 증가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성격이나 교육의 영향으로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긴 고정시간과 빈번한 회귀를 보이며 그렇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된 경우가 많이 있다.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런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글의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에 글의 전체맥락이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져 시험과 같이 짧은 시간에 지문을 독해해야 하는 경우에 잘못된 답을 선택하기 쉽다. 둘째는 명시점과 준명시점의 활용이다. 독서량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은 한단어씩 읽어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호흡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를 읽으면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가면 뒤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명시점과 준명시점의 폭을 유지하여 다음에 나오는 내용을 예측하면서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상하처리의 핵심은 첫째, 통사적 지식에 근거하여 문장에서 명제를 빨리 구성하는 것이다. 독서량이 많으면 문장에서 명제를 구성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문장의 구조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이러한 과정이 느려지게 되고 잘못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문장들을 의미적 관계로 연결하여 응집성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참조 추론이나 인과 추론 등을 통해 문장간의 관계성을 밝히고 그것을 통해 글의 의미를 응집성 있게 이해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추론적 사고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잘못된 추론이 일어나게 되어 글을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셋째, 문장에서 추출된 명제들을 위계적으로 나열하여 전체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글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한계는 명제간의 위계적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내용은 기억하지만 글의 전체 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하상처리와 상하처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초능력에 기반하고 있다. 가령, 참조추론이나 인과추론만 하더라도 추론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글에 나와 있는 추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잘못된 이해를 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독해의 기본능력으로는 작업 기억 능력, 의미단위 읽기 능력, 언어 사고력 등이다.

기본능력 중 작업 기억은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하상처리나 상하처리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작업 기억의 용량이 적게 되면 글의 이해에 필요한 처리과정에 혼란이 생기게 되고 그에 따라 읽기속도가 떨어지거나 이해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의미단위 읽기능력은 시지각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독해습관이나 낮은 작업 기억 효율성과 관련되어 있다. 숙달된 독자는 글을 읽을 때 한 단어씩 읽지 않으며 의미적으로 완성된 단위, 즉 의미단위로 글을 읽는다.

의미단위로 글을 읽게 되면 안구고정이나 회귀가 감소하고 준명시점에 있는 정보를 예측하는 능력이 증가한다. 또한 작업 기억에서 다루어지는 단위가 단어에서 의미로 확대되어 작업 기억의 기억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여분의 자원을 추론 같은 사고과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글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끝으로 언어 사고력은 문장들을 연결하는 의미적 관계를 찾아내고, 단락의 구성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판단하고, 글쓴이의 주장에 적합한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등 글의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성을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기초능력이다. 독서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언어 사고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논리적 판단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쉽게 틀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독해의 핵심적인 원리들을 지각과정, 인지과정, 기본 능력별로 설명하였다. 독해력은 이러한 세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게 되며 그 어느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독해속도가 떨어지거나 글을 읽어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런 능력들은 오랜 독서경험을 통해 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부분적으로 떨어지는 능력들은 다음 장에서 제시되는 훈련을 통해 비교적 단시간 내에 교정될 수 있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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