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백서] Ⅱ. 독해의 원리-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언어과학연구소/독해백서 2012. 1. 27. 12:52 |
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두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여섯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Ⅱ. 독해의 원리
1. 글 읽기의 지각과정 | 하상처리
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1]독해에 관여하는 복잡한 처리과정들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3]독해력을 결정하는 기본 능력들
3. 독해의 원리 | 하상처리와 상하처리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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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 읽기의 인지과정 | 상하처리
[2]독해 처리과정의 단계별 메커니즘
그림 2-8은 글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글의 이해과정을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글을 이해하는 과정을 단어이해단계, 문장 이해단계, 텍스트 이해단계로 구분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단어 이해단계
글을 이해하는 과정을 밝히는 첫 출발은 문장이나 글을 이해할 때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파악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어휘접속(lexical access)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듯이 단어의 의미나 형태를 심성어휘집(mental lexicon)이라고 부르는 머릿속에 있는 사전에서 찾아내기 때문이다. 심성어휘집은 그림 2-9에서 보는 바와같이 철자, 발음, 의미, 품사 등 단어들에 관한 각종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는 장기기억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어의 사용빈도나 전형성 또는 음절수 같은 특징이 어휘접속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는 낮은 단어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게 어휘접속이 이루어지며(Foss, 1969), 범주를 대표하는 사례의 이름은 대표성이 떨어지는 사례의 이름보다 더 빠르게 처리되는 경향이 있다(Smith & Medin, 1981). 또한 단어의 길이도 어휘접속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령, 1음절 단어(책)는 4음절 단어(바람개비)보다 읽기 시간이 빠르다. 이처럼 사용빈도, 전형성, 단어길이 등이 어휘접속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문장 이해단계
단어의 뜻은 머릿속에 저장된 의미를 찾기만 하면 알게 되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단어들 간의 문법적인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민희는 선물을 샀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려면 ‘민희’나 ‘선물’ 등 단어들의 뜻을 먼저 알아내고 단어들 간의 문법적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즉, ‘민희’는 문장의 주어이고, ‘선물’은 목적어, ‘샀다’는 서술어라는 문법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단어들의 문법적인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구문분석 혹은 통사처리(syntactic processes)라 한다. 따라서 문장을 의미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사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결과로 문장의 의미인 문장 표상(sentence representation)이 형성된다.
문장의 통사처리과정은 어휘접속 과정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글을 읽는데 통사적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사처리에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을 줘보면 된다. 즉,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장이나 두 개 이상의 통사구조로 분리될 수 있는 다의적(ambiguity) 문장을 사용하여 통사처리에 인지적 부담을 주면 글을 읽는 속도도 떨어지고 정확한 이해도 어려워지게 된다.
가령, 다음 두 문장을 보면 다섯 번째 어절에서 읽기시간의 차이가 나타날 것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2번 문장을 읽는데 더 오래 걸린다.
①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사실이 알려졌다.
②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건축가를 비판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①, ②번 문장에서 ‘사실’ 또는 ‘건축가’ 앞 네 어절에서는 읽기 시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②번 문장의 다섯 번째 어절에서 독자는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운전수’로 이해한 후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건축가’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①번 문장은 ‘청소부를 설득한 사람은 운전수’라는 이해가 계속 유지된다. 이것은 통사처리의 부담이 읽기 시간을 증가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문장의 통사적 구조가 단순하여 문장구조를 파악하기 쉽다면 빠르게 이해되지만 통사적 구조가 복잡하거나 두개 이상의 구조로 해석된다면 읽기 시간이 느려질 것이다.
3) 텍스트 이해단계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지만 텍스트는 단어나 문장에서 주어지지 않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지식에 기반하여 이를 추론하고 전체 내용을 통합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즉, 텍스트를 읽는 동안 문장 또는 명제 간의 연관성을 추론하여 글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사전지식(prior knowledge)에 기반해 문장이나 명제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추론하여 텍스트에 빠져있는 정보를 채워 넣으면서 텍스트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텍스트 이해는 텍스트 자체에 있는 명제 간의 관계들에 기초하여 전체 텍스트의 구조
를 형성하는 단계와 텍스트 이외의 사전지식에 근거한 정보를 통합하여 텍스트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A.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개별 문장에서 얻어진 명제들 간의 관계를 찾아낸다.
첫째, 명제 간의 관계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앞에서 제시된 내용(선행어)과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대용어)간의 의미적 연결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것을 참조추론(reference inference)이라고 한다. 예컨대, ‘철수는 밥을 먹었다, 그는 반찬도 함께 먹었다’에서 ‘철수’는 선행어이며, ‘그’는 대용어에 해당한다. 즉 선행어와 대용어 사이의 연결추론이 잘 이루어져야 텍스트에 대한 일관된 표상을 형성할 수 있다.
둘째, 텍스트에 표현된 사건이나 상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추론(cause-effect inference)이 이루어져야 텍스트의 전체구조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게 된다. 가령, ‘철수는 영희에게 돈을 돌려주었다.’(A)와 ‘철수는 영희에게 돈을 꿨다.’(B)라는 문장이 있을 때 (B)가 (A)보다 먼저 일어났으며 (A)의 원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텍스트에는 없는 정보와 텍스트에 있는 정보를 연결하는 요소를 찾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을 교량추론(bridge inferenc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소풍을 갔다. 음료수가 시원했다’(A)라는 문장이 ‘철수가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냈다. 음료수가 시원했다’(B)보다 더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그 원인은 (A)를 이해하려면 ‘철수’가 소풍을 갈 때 ‘음료수’를 가지고 갔을 거라는 추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텍스트의 내용을 분석하고 추론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의 사전지식(prior knowledge)과 연결하여 텍스트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추리해야 한다.
B. 명제들을 위계적으로 구조화하여 글의 요지를 파악한다.
명제들 간의 관계를 찾아낸다고 텍스트 전체의 의미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는 개별 문장의 의미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의미의 중요성에 따라 문장의 의미들이 위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다음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수준 1. 이집트 왕이 죽다. 왕이 무덤을 준비하다.
수준 2. 무덤은 돌무더기이다. 돌무더기는 높다.
수준 3. 돌무더기가 후세에 영광을 전한다.
영광은 이집트 왕에 대한 것이다.
이 문장들은 수준 1에서 3까지 위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준 1은 수준 2보다, 수준 2는 수준 3보다 더 상위에 있는 명제이다. 사람들에게 이 명제들을 읽도록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을 하도록 하면 하위에 있는 명제보다 상위에 있는 명제를 더 잘 기억하였다(Meyer, 1975). 이렇게 상위명제를 잘 기억하는 이유는 상위명제가 글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언어시험에서 ‘지문을 읽고 요지를 찾아라.’라는 문제도 학생들이 글에서 명제들 간의 위계구조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것이다.
이러한 명제들 간의 위계구조를 미시구조(microstructure)라고 부르며 글에 따라서 미시구조만으로 전체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 승, 전, 결’처럼 이야기가 대개 어떻게 흘러간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어야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보고서처럼 ‘이런 목적으로,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고, 이런 의미가 있구나.’라는 일반적으로 과제수행 과정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텍스트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며 이것을 거대구조(macrostructure)라고 부른다. 이처럼 글의 특성에 따라서 미시 구조만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경우가 있고, 거대 구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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