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포스에서 발간한 [독해백서:'讀과 解에 관한 모든 것'] 연재 
세번째 챕터 '독해의 원리', 그 세번째 포스팅입니다.

[독해백서 목차]--------------------------------------

독해백서

Ⅲ. 독해 훈련

  1. 독해력 향상을 위한 독해습관 교정훈련
    [1]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 향상훈련
    [2] 속발음 억제를 위한 의미단위 읽기 훈련
  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3. 독해력 훈련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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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해력 향상을 위한 인지기능 훈련

독해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배경지식이 많고, 글에 제시되지 않는 정보를 추론할 수 있으며, 정보를 중요성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고, 자기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지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글과 관련된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고, 글에 있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에 적절하게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언어이해와 관련된 인지적 처리과정들이 잘 통합되어 있다.

독해력은 오랜 기간 동안의 집중적인 독서를 통해 얻어질 수도 있지만 단기간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독해와 관련된 두뇌의 언어정보처리기능들이 자동화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이 절에서는 이러한 독해력 향상을 위한 두뇌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1) 독해력 기초훈련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해의 기초가 되는 언어 정보처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표적인 언어 정보 처리능력은 의미단위 읽기 능력으로 글을 단어단위가 아닌 의미단위로 읽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글을 의미단위로 읽어 나가게 되면 시각과 두뇌의 협응력이 향상되고 인지처리의 부담이 감소하여 글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 한편 작업기억은 글을 읽을 때 하상처리와 상하처리가 일어나는 장소로 작업기억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사고력에 기반한 문제해결이 원활해지게 된다. 끝으로 언어 사고력은 글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분석력과 추론력을 말하며 언어 사고력이 부족하면 글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무엇을 읽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글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절에서는 독해력의 기초가 되는 정보처리능력으로서 의미단위 읽기, 작업기억 능력, 언어 사고력이 훈련을 통해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도록 한다.


A. 의미단위읽기 훈련

읽기가 미숙한 아이들은 글을 단어 단위로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글을 읽는 단위가 단어일 경우에는 이해와 기억에서 많은 정보처리적 손실이 일어나게 되어 글이 길어질수록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글을 읽을 때 각 단어가 두뇌에서 하나의 정보처리 단위로 인식된다.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글의 의미]를 구성하기도 전에 벌써 단어를 처리하는데 정보처리용량이 다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글 읽는 속도도 느리고 오류도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단어단위로 읽는 습관을 교정하고 의미단위 읽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의미단위 읽기의 핵심은 단어에서 구로, 구에서 절로, 절에서 문장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 의미단위의 덩어리(chunk)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에 있다. 이렇게 처리되는 의미단위가 커짐으로써 인지부담을 줄이고 이해를 촉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목표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나의 목표’라는 의미단위와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단위와 ‘되는 것’이라는 의미단위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이 문장이 ‘나의 목표 = 아버지와 같은 사람’ 처럼 하나의 의미단위로 이해된다면 더 분명하게 이해되고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나의/ 목표는/ 아버지와/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처럼 나누어 읽었다면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단위 읽기가 하나의 ‘chunk’ 안에 더 많은 의미정보를 더 결합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모든 글이 의미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에 처리되는 정보의 양을 늘려, 처리해야 할 정보의 수를 줄임으로써 작업기억의 용량이 확보되면 남은 용량으로 이해와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의미단위의 폭을 얼마나 넓혀 읽어야 할까?

의미단위 읽기는 단지 무작정 넓혀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의미단위 읽기]라는 이름에서처럼 의미가 형성되는 단위만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의미가 형성되는 만큼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하나의 의미를 가진 심상으로 통합]되어 이해될 만큼의 범위를 말한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아버지’란 단어는 하나의 심상이며 의미단위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 아버지’도 하나의 심상이다. 다시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도 하나의 심상이다. 물론 ‘아버지’라는 단어보다 글의 분량이 훨씬 많지만 의미단위로 묶어 이해하면 똑 같이 하나의 심상을 가진 의미단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은 이렇게 하나의 심상으로 통합될 수 있지만 보통 우리는 이렇게 글을 읽지 않는다. 구나 절, 문장, 단락, 또는 지문이라는 의미단위를 하나의 심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문장을 지나치게 작게 쪼개어 분석적으로 읽으려고 하기 때문에 글 읽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물론, 글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 추론하거나 비판적 글 읽기를 해야 할 경우에는 글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적 글 읽기는 글의 내용과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미단위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의미단위로 심상을 형성하되 그것을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다. 아래의 지문을 읽을 때처럼 여러 단계의 의미단위 읽기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다음처럼 의미단위를 점점 확장시켜야 한다.

1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 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2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3단계
여러 사회학자들은 파시즘이 단지 우연적인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성격에 내재한 항구적인 것이며/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단지 그 극단적인 형태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침투해 있어/ 그것이 파시즘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는 성(性)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범주들이 있다.


의미단위로 읽고, 그 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면서 읽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⑴ 글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여 일관된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던 읽기습관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의미들을 하나의 심상으로 통합하게 되어 글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⑵ 처리해야 할 의미정보의 수가 단어단위로 읽을 때보다 적어져 작업기억의 용량을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여분의 용량을 추론이나 사고에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글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읽기과정에서 생기는 오류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이제 실제 의미단위 읽기를 연습해 보자.

우선 되도록 쉬운 글을 준비하되, 문학작품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가진 글보다는 설명이나 논증글과 같이 내용상의 위계를 가지고 있는 글이 좋다.

⑴ 연필을 준비하고 글을 읽어 나간다.

⑵ 하나의 심상이 떠오르는 범위에서 사선을 긋고, 그 심상을 떠올려 본다. 처음에는 자신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의미단위 읽기라는 것도 결국은 이해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설명문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심상화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들을 사용한다. 그러나 추상적 개념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대상이나 경험이 있을 경우에는 심상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랑’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이라도 ‘부모님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행위들’ 같은 구체적인 경험들을 떠올려 심상화할 수 있다. 물론 생소하거나 낯선 개념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심상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⑶ 떠오른 심상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다는 기분으로 새로운 의미단위가 끝나는 부분에 사선을 그어 나가며 계속 진행한다. 이전 심상과 새로운 정보를 따로 생각하지 말고 글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는 기분으로 큰 덩어리의 심상으로 통합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⑷ 하나의 단락이 끝나면,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⑸ 읽으려고 계획한 부분을 다 읽었으면, 전체 내용을 읽는데 걸린 시간과 읽은 양을 체크한다. 또한, 글에 그은 사선의 개수를 세어 의미단위의 범위를 측정한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의미단위를 점점 넓혀 가는 것과 의미단위를 심상화하는 속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즉, 의미단위의 범위와 속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읽었던 자료를 다음 훈련에 다시 활용해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그었던 사선은 지우거나 동일한 자료를 새로 준비해야 한다.

⑹ 훈련을 마무리하기 전에 자신이 그었던 사선을 바탕으로 글 전체를 의미단위로 다시 훑어 본다. 처음 의미단위를 나눌 때는 익숙하지 않아 이해가 어려웠더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 의미단위에 대한 감각이 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단위 읽기 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의미단위를 시폭과 혼동하여 한 눈에 봐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시각 시스템의 생리학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하다. 특히, 속독에 대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마치 사진 찍듯이 넓은 의미단위를 한 눈에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즉, 의미단위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은 글에 있는 구나 절 또는 문장들을 하나의 ‘chunk’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을 한 눈에 넓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큰 의미단위가 하나의 ‘chunk’ 로 인식될 때 우리가 그것을 한 눈에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즉, 생물학적으로 보면 [시각적 착각]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한 눈에 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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