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읽기의 지각과정 | 하상처리
[2]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안구의 움직임
우리는 글을 읽을 때 눈이 글이 쓰인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물 흐르듯이 차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그림 2-3과 같이 안구는 도약과 고정을 반복하면서 움직인다. 도약은 대략 20~40ms(0.02~0.04초) 이내로 이루어지는 빠른 포물선 운동으로 일단 운동이 시작되면 정지할 때까지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이렇듯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시선이 움직이는 안구의 움직임을 도약(saccade) 운동이라고 한다.
도약운동은 초당 5회까지 일어나지만 우리는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게다가 뇌로 들어가는 시각정보의 흐름이 도약을 하는동안 순간적으로 끊긴다는 사실도 우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도약운동을 통해 응시하려는 목표물은 의식적으로 선택될 수있지만, 안구의 운동자체는 의식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도약운동 사이의 일시적 정지 상태를 고정(fixation)이라고 부르며 이 기간 동안 글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하게 된다. 고정과 도약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어떤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한 점에 시선을 고정하려고 하더라도 우리 안구는 끊임없이 도약과 고정을 반복하는데, 만일 강제로 도약을 막고 시선을 고정시키면 금방 시선을 고정했던 곳이 보이지 않게 된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안구운동에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령, 글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안구가 지나치게 회귀 운동을 보이거나 안구가 고정되었을 때 정보수집에 문제가 있어 고정 시간이 매우 길어진다. 안구가 회귀하거나 고정 시간이 길게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글을 잘못 읽거나, 단어 또는 문자를 거꾸로 쓴다. - 글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집중을 유지하지 못한다. - 읽는 동안 줄을 건너뛰거나 생략한다. - 읽는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사용한다. - 읽고 있는 페이지의 글자나 단어가 움직이는 것 같이 느낀다.
그에 비해 독해력이 높은 아이들은 도약운동의 간격이 넓고, 문장에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귀운동이 덜 나타난다. 또한 독해력이 낮은 아이들에 비해 안구 고정시간이 더 짧은 경향이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학문적 증거로 김영진, 최광일, 임윤(2004)의 연구를 살펴보자. 그림 2-4와 2-5에서는 지문과 관련된 사전지식이 있어서 능숙한 독해를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독해 패턴이 제시되어 있다. 글의 밑에 표시한 점은 고정이 일어난 위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괄호안의 숫자는 안구 고정이 일어난 시간을 1/1,000 초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글 위에 표시된 숫자는 회귀(regression)를 의미하며 이해가 중단되었을 때 이전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긴 안구 고정 시간은 보통 뜻이 어려운단어이거나, 이해하기 힘들 경우에 나타난다.
그림 2-4에서 보듯이 사전지식이 풍부한 기계공학 전공의 박사과정 학생은 대체로 어절 혹은 마디별 읽기시간이 길지 않으며, 정상적인 순서로 읽기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그림 2-5에서 보듯이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경우는 그림 2-4와 비교하여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사전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독자의 경우, ‘플라이휠’, ‘구동축’, ‘내연기관’과 같이 어려운 단어에서 상당히 긴 읽기 시간을 보인다. 즉 독자의 사전 지식이 글 읽기에 영향을 미치며 그 과정이 안구운동에 반영되고 있다. 그림 2-4와 2-5의 사례는 독해력이 사전지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독해력은 명제간의 논리적 관계를 얼마나 잘 추론할 수 있는지 또는 작업기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능하는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독해력의 차이는 도약운동의 크기, 회귀의 수, 고정시간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안구운동의 패턴을 교정하여 한 줄에서 눈을 고정시키는 횟수를 줄이고, 한 번 고정시킬 때 되도록 많은 낱말을 보도록 하면 독해력이 향상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