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읽기의 지각과정 | 하상처리

[3] 독해에서 명시점과 준명시점의 역할

어릴 때 많은 사람들이 속독학원에 다니거나 속독에 대해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속독에서는 한 눈에 한 페이지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시지각 능력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눈에 한 페이지 전체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눈으로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글자 수는 평균 3.2자에 불과한데 이것은 안구의 생리적 구조와 기능 때문이다. 우리가 사물을 100%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어 문자의 식별과 판독이 가능하며 그로 인해 책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되는 시야의 영역을 명시점(중심시)이라고 부른다. 명시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물체나 문자의 상(image)이 망막에 있는 중심와 (fovea)에 맺혀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중심와에는 물체의 색이나 형태를 상세하게 분석하는 세포인 추상체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명시점에 있는 글자는 분명하게 보인다. 이 명시점을 조금만 벗어나도 눈에 들어온 상이 희미하여 문자의 대략적인 형태만 파악될 뿐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이 거의 어려워진다.

 

인간의 시야에는 명시점(또는 중심시) 뿐만 아니라 준명시점(또는 주변시)도 존재한다. 준명시점에 있는 글자나 물체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강의 특징이 파악되며 그 결과가 명시점에 있는 글자나 물체의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글을 읽을 때 명시점에 있는 3.2자의 글자뿐 아니라 앞에 있는 두 세 개의 글자를 준명시점을 통해 지각하며 이것이 글을 자연스럽게 읽는데 도움을 준다. 즉, 앞에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이라는 단서를 준명시점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독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명시점이 좁고 준명시점에 있는 정보를 글을 읽을 때 활용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속독에서 시폭을 확장하여 글을 읽으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준명시점을 명시점화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인데 그렇게 페이지 전체를 한번에 명시점화 하는 훈련은 생물학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글을 읽어 나가는데 준명시점에 주목하도록 하여 그 곳에 있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훈련한다면 명시점에 있는 내용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