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서로 독해력이 길러질 수 있을까?

[2] 읽지만 읽어내지 못하는 아이들

어느 유명 일간지에 초등학생들의 독해 능력을 평가한 기사가 실렸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해 능력을 평가한 결과 “초등학생의 절반이 지문 내용 파악을 못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107명을 대상으로 4학년 수준의 신문 기사를 제시하고, 읽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107명 중 지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52명,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한 학생은 58명, 문단 나누기를 하지 못하는 학생이 98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학생들이 초등학교 4학년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4
학년을 초등학생 전체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자기 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700자 내외의 쉬운 지문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결과에 대하여 신문 기사에서는 먼저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소리 내어 교과서 읽기를 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읽기를 시키면 워낙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읽지 못하고 더듬거려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시키지 않는다는 지적은 학교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책임 전가나 다름없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의 읽기 교과서에는 동시나 동화 외에도 정보를 찾거나 모으기 위한 글이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주장하는 글이 실려 있으며, 수업 시간에는 동시 낭독부터 실용문 읽기까지 내용을 공부하기 전에 반드시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국어 교육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국어 시간마다 빼놓지 않고 읽기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으로 보면 초등학생의 독해 능력 부족의 문제가 읽기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님은 분명하다.

문제는 읽기를 시키지 않아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읽기를 시키는데도 독해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읽기를 시키는데도 왜 독해 능력은 향상되지 않는 것일까? 초등학생이 겪고 있는 독해의 어려움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독해력 결함은 상급 학교에 진급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책 읽기에 곤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읽기능력이 부족하여 더듬거리거나 읽었던 줄을 다시 읽는 학생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능숙하게 교과서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읽기가 능숙한 중학생들이 뛰어난 독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학교 1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국어 교사가 읽기수업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설명문이나 논설문과 같은 실용문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읽기를 시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능숙하게 교과서를 읽는다. 그러나 교과서를 잘 읽는다고 해서 학생들이 내용을 깊이 이해하면서 글을 읽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일정한 속도로 쉼 없이 글자를 읽어가지만 이해를 위해 의미단위로 끊어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말하면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문자들을 음성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읽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읽기습관을 교정하려면 의미 단위로 내용을 이해하며 읽어나가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학생들 간의 개인차가 크고, 교과서의 내용을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훈련을 시키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런 학생들은 제대로 글을 읽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상급 학년으로 진급하게 되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학습내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학교 1학년이 느끼는 독해력 부족으로 인한 공부의 어려움은 초등학생이 느끼는 어려움보다 더 심각하다. 초등학교에 비해 교과 과정의 수준이 높아지는 데다 과목 수도 늘어나 학습량이 대폭 증가한다. 이 때문에 독해 능력의 부족은 일차적으로 학습량의 부족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습량의 부족은 또 다른 연계 학습의 이해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성적하락으로 이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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