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잘못된 읽기습관과 독해력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독서이다. 독서는 글을 읽는 동안 글을 이해하고 글쓴이의 생각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잘못된 읽기방법은 독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읽기습관을 체화시켜 독해를 방해할 수 있다.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된 읽기방법을 인식하고 그것을 교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1] 천천히 읽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통 글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야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만큼 시험에서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천천히 읽는 것이 빠르게 읽는 것보다 더 좋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상식이 늘 옳은 것은 아니듯이 천천히 읽는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천천히 읽는 것이 왜 항상 좋은 것이 아닌지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기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여러분이 친구가 알려준 ‘010-4563-3945’라는 핸드폰 번호를 외우려고 한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이 되지만 암송이나 핸드폰에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자꾸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정보를 기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의 기억은 정보의 처리단계에 따라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감각기억은 눈을 비롯한 오감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순간적으로 기억하는 기억이고, 단기기억은 감각기억을 통해 들어온 정보 중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 정보를 잠시 동안 보관하는 기억이며, 장기기억은 암송이나 기타 다양한 정교화 작업을 통해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를 오래 보관하는 기억이다.
글을 읽거나 학습을 할 때, 가장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 단기기억인데, 심리학자 Miller에 따르면 단기기억은 겨우 7±2개의 용량만을 가지고 있고 그 유지시간도 약 18초 내외로 굉장히 적은 유지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휴대폰번호가 ‘010-4563-3945’라고 할 때 정보의 양이 11개를 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인간이 이렇게 빈약한 기억용량을 가지고 있다면 엄청난 문화적 과학적 업적은 어떻게 이룩했을까? 그것은 단기기억의 용량단위가 꾸러미(chunk)이기 때문이다. 꾸러미란 정보가 묶여지는 단위인데 가령 ‘1950625’라는 숫자는 7개의 정보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6.25가 일어난 날’이란 하나의 꾸러미로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단기기억의 용량은 꾸러미를 통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단어나 문장을 읽었을 때도 그 내용은 단기기억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데, 그 내용이 단기기억의 용량을 넘게 되면 우리는 의미 꾸러미로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잘 아는 내용은 꾸러미가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 빨리 읽어지지만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은 꾸러미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고 빨리 읽기 힘든 것이다.
글을 읽는 것은 많은 단어들을 순간적으로 읽고 그 내용을 의미적으로 연결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글을 천천히 읽는다면 다음 문장이나 단어를 읽는 동안 앞에 있는 문장이나 단어의 의미를 계속해서 기억해놔야 논지를 잃지 않고 글을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단기기억은 그리 용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방금 읽었던 문장이나 단어의 의미를 계속 기억하고 있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읽기는 읽었지만 무엇을 읽었는지 잘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된다.
글을 빠르게 읽게 되면 글의 전반적인 의미가 한눈에 들어오게 되고 의미간의 연결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해도가 높아지게 된다. 사실 우리가 글을 읽으면서 기억하는 것은 각각의 단어들이 아니라 단어들이 의미하는 내용이다. 가령, ‘나는 자전거를 타고가다 만난 친구에게 사과를 주었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각 단어들을 기억하기보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과를 주었다.’, ‘그는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만난 친구이다.’라는 두 의미를 기억하게 된다.
한 단어씩 읽게 되면 문장의 의미구조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빠르게 읽는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읽고 글의 내용을 꾸러미로 만들어 머릿속에 기억을 해놔야 독해력이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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