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서로 독해력이 길러질 수 있을까?

[1]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기만 할까?

독서에도 조기 교육 붐이 일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아기의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혀야 한다는 ‘조기 다독’ 트렌드가 신세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유치원생이 3,000권을 읽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세대 엄마들의 미니홈피나 육아 블로그에는 자녀들의 독서 리스트와 누적 독서량을 기록하는 ‘리딩 트리’가 유행하고 있고,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거실을 도서관으로 꾸미
고, 벽면 가득히 전집을 채우는 집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독서는 아이의 정서나 인지발달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지나친 조기 독서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거나 사고력을 신장시키기보다 의미는 전혀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문자를 읽고 암기하는 ‘초독서증 (Hyperlexia)’ 환자를 양산하게 될 수도 있
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가 성숙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
들에게 과도한 독서를 시키는 것은 가는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과부하로 전선에 불이 나는 것처럼
아이들의 뇌 발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서 과부하 현상은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 공부는 독서가 전부”라는 말이 있다. 성장기에 이루어져야 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는 말임에 틀림없다. 교육기관이나 학부모 모두 독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재 초·중학교에서는 가히 독서 열풍이라 할 만큼 다양한 독서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과연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반드시 높은가?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왜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를 면담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독서 교육 덕택에 독해력이 향상되고 그 결과로 학업성취도가 오르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학생이 그리 많지는 않다. 열심히 책을 읽어도 독서 수준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나 학부모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독서 시간도 많고, 읽은 책의 가짓수도 많은데 왜 제대로 읽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까? 어떻게 해야 독서가 공부로 연결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경쟁적인 독서 교육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읽어낸 책의 양에만 신경 쓰다 보니 책을 읽어도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책의 요지만 슬쩍 훑어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조미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 주에 책을 5권 이상
읽는다고 응답한 어린이가 50.8%에 달할 정도로 요즘 초등학생의 독서량은 확실히 늘었으나, 많은 학생이 글의 표현이나 의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글의 줄거리만 대강 기억하는 방식으로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의
영향으로 단문을 읽고 표현하는 순발력은 좋아졌지만 긴 문장을 읽는 호흡, 즉 지구력이 약해져 깊이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려서부터 깊이 생각하는 독서 습관이 잡히지 않으면 나중에 수능 언어 영역의 긴 지문을 읽어내는 것도 힘들어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처럼 독서의 질보다 양을 강조하는 독서교육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으나, 다독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
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 스터디포스 독해력연구소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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