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나요?  
   어떤 사람은 소리를 내어 읽는 음독이 좋은 읽기방식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눈으로 읽는 묵독이 더 좋은 읽기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는 것이 더 좋을까요? 

   일본의 테쓰야라는 사람은 소리를 내어 읽으면 독자가 읽는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어 더 좋은 읽기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책을 즐기기 위해 읽는 사람을 제외하면 테쓰야의 이런 주장은 음독이 훨씬 좋은 읽기방식으로 들리는데 그것이 사실일까요? 음독과 묵독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읽기방식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계속되었지만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 가능합니다.  


언제 소리를 내어 가장 많이 읽었을까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대부분 어려서 처음 책을 읽을 때 책을 소리 내어 읽게 됩니다. 그것은 글을 처음 접하게 되면 글자와 소리간의 일치가 잘 이루어 지지 않아서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글자와 소리간의 관계를 익히게 됩니다. 게다가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책을 읽는 것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추가적인 보너스도 얻게 되겠죠. 그러나 읽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더 이상 소리를 내어 읽지 않게 됩니다.  



성인들에게는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친구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 소리를 내어 그것을 외워본 기억이 있죠? Paivio(1971)에 따르면 정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처리될 수 있으며 그렇게 할수록 더 기억이 잘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글자로만 제시되는 정보보다 그림과 함께 제시되는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그림이 시각적 경로와 언어적 경로로 동시에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즉, 비행기란 단어를 글자로만 외우는 것보다는 그림과 함께 외우면 더 잘 기억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소리를 내어 책을 읽게 되면 시각적 경로와 청각적 경로로 함께 처리되면서 그 내용이 더 잘 기억될 수 있습니다. VAKT(visual, auditory, kinesthetic, and tactile) 학습법에 따르면 단지 소리를 내어 읽는 것뿐 아니라 움직이고 만져보고 하는 활동이 모두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 성인들에게도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더 좋은 읽기방식인가요?

   아닙니다.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정보를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참고서에 있는 내용과 같이 정보가 잘 구조화되어 제시된 경우에 한정됩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단어의 뜻을 파악하고,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고, 여러 문장들간의 관계를 통합하는 복잡한 과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책을 많이 읽을수록 이러한 과정들이 자동화되고 익숙해져 유창성(fluency)이 향상되게 됩니다. 유창성이 부족하면 책을 쉽고 빠르게 읽을 수가 없어 책을 읽는 것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소리내어 읽기(음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음독은 유창성이 향상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독서속도와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음독을 하기 위해서는 문장에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인식하고 그것에 해당되는 발음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나중에 글을 이해하는데 써야 할 주의용량까지 써버리게 되어 전체적으로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둘째로 음독을 하게 되면 글을 읽을 때 발생하는 시각고정(visual fixation)의 빈도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시각고정의 빈도가 증가하면 글을 빨리 읽는데 가장 중요한 시각-운동 협응력(ocular-motor coordination ability)이 떨어져 글을 의미단위로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Taylor & Robinson, 1963; Gilbert, 1953). 셋째로 음독을 하면 묵독을 해야 할 경우에도 습관적으로 속발음(vocalization)을 하게 되어 읽기속도의 향상을 어렵게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음독과 묵독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읽기방식인지에 대한 질문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겠죠? 음독은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나 잘 정리된 정보를 외워야 할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 효과적인 읽기방식이고 묵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 사용되며 더 나은 독서습관을 가지고 싶을 때 사용되어야 하는 읽기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를 멋지게 감상하고 싶을 때는 음독이 훨씬 좋겠죠?


* 스터디포스 언어과학연구소
http://www.studyforce.co.kr/

Posted by 스터디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