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수능이 끝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안고 있던 부담감과 초조함을 벗어나 후련할 법도 한데, 수험생들 마음은 좀처럼 편치 않습니다.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었기 때문이죠. 

이를 반영하듯, EBS에서 실시한 2019학년도 수능 체감 난이도 조사에서 전체 참여자의 66.9%에 달하는 수험생들이 ‘매우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2019학년도 수능 체감 난이도 조사 (출처: EBSi)



오답률 81.3%?!

이 중에서도 ‘국어 영역’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특히나 서양의 우주론이 성립하는 과정과 그것이 중국에 유입되어 회통하는 과정을 설명한 27번-32번 지문에 해당하는 31번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반응입니다. 

EBS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1번 문항 오답률은 81.3%에 육박해 단순히 찍어서 맞을 확률보다도 정답률이 낮은 셈입니다. 

수험생들은 “이게 어떻게 국어 문제냐? 과학 문제가 아니냐”, “이과생등 일부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오답률 TOP10 (출처: EBSi)



국어 31번은 국어가 아니라 과학 문제다?!

수능이 중요한 시험인 만큼 출제에 대한 논란은 매년 있었습니다. 다만 올해 31번 문항의 오답률이 80%대(국어영역 오답률 1위)라는 것과 수능 등급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등급컷이 80점대로 예상된다는 점이 논란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논란에서 잠시 벗어나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오답률이 높아진 것이 어려운 지문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등급컷이 낮아졌다고 해서 단순히 난이도가 높아졌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과학 지문이라고 해서 이과생들에게 유리한 문제였을까요? 

수능 국어영역 시험의 목적은 대학의 학습과정을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문학작품은 물론 한국어로 된 모든 종류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국어’와 관련 없어 보이는 철학, 역사, 경제,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의 지문이 수능 국어 영역에 출제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31번 문제는 과학 문제가 아닙니다. 31번에 해당하는 [A]는 만유인력 공식을 글로 풀어 기술한 부분입니다. 이 텍스트를 이해하고 수식으로 옮길 수만 있었다면 무리 없이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국어 31번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그 내용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국어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독해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격 및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 측정으로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수능은 암기 위주의 지식 확인 시험이었던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려면, 당연히 정치, 경제, 철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해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국어 31번 지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 학교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독해력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식보다는 생각하는 힘, 문제 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이 아이들의 경쟁력이 될 텐데요.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다름 아닌 ‘독해력’ 입니다. 여기저기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그 자료나 정보를 읽고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바로 독해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인 결과분석에 동조해서 우왕좌왕 하기보다는, 앞으로 부족한 독해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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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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