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왜 시험만 보면 기억이 안 날까?
언어과학연구소/학습심리 칼럼 2011. 7. 22. 09:50 |
누구나 한번쯤은 밤새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놓고도 시험을 망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에서는 분명히 열심히 외우고 공부한 내용이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거
나, 변형된 형태로 출제된 문제 앞에서는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된다. 누구나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지만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잘 해결해내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 물론 공부한 내용이 애시당초 없는 학생들은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험은 얼마나 많이 공부했고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공부한 내용을 활용해서 출제된 문제를 해결해 내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공부의 궁극적 목표 <전이>
우리가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전이(transfer)능력이다. 공부는 끊임없이 전이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선생님들이 수업을 할 때도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사례를 예로 드는데 이것도 전이를 통해 학습을 돕기 위한 것이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나중에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서 활용하는 것도 역시 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이는 우리가 공부한 내용은 다른 무엇인가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면 나중에 언어에서 역사에 관한 지문이 나왔을 때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이가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의 어떤 뜻을 먼저 공부했을 때 그 단어가 어떤 문장에서 다른 의미로 쓰인 것을 보게 되면 단어를 기억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단점이 있지만, 공부에 있어서 전이는 핵심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이는 쉽게 적용되지 못한다. Blanchette & Dunbar의 연구결과에서도 수학시간에 배운 지식을 과학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을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무언가를 배우거나 공부했다 하더라도 시험이나 실제 상황에서는 그 내용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전이능력을 기르는 4가지 학습방법
그렇다면 공부할 때 어떻게 해야 이 전이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첫째, 새로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전이의 양은 처음에 얼마나 잘 공부하였는지에 달려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외운 지식보다는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과 관련지어 이해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나중에 새로운 상황에 더 쉽게 응용되고 전이될 수 있다.
둘째, 우리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고 기억하지만 차이점을 바탕으로 그 내용을 기억해낸다.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는 매우 제한된 단기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작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묶음(chunk)로 만들어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단어를 외우려고 할 때 우리는 비슷한 의미를 가지거나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들 예를 들어, beat, meat, neat 등을 함께 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단어들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여 기억된 정보를 다시 기억해내려고 하면 서로 방해가 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meat가 무슨 뜻인지를 떠올리려고 하면 발음이 비슷한 beat, meat, neat 들이 방해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정보를 다양한 맥락에서 기억하고, 그 정보를 다른 정보와 구분해주는 결정적 특징에 주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가령, meat를 외울 때 beat, meat, neat와 같이 비슷한 발음을 가지는 단어들과 함께 외우는 것뿐 아니라 meat, mutton, chicken 등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단어들을 함께 외우면 그 단어를 확실하게 외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이는 나무보다 숲을 볼 때 더 잘 이루어진다. 어떤 내용을 공부할 때 부분을 하나씩 먼저 공부하여 나중에 전체를 알게 되는 방법이 있고 전체 윤곽을 먼저 확인하고 부분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전자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며 부분적인 내용에 집착하여 그것을 외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시간을 많이 소모하며 나중에 조금만 부분의 구조가 변하더라도 전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어떤 공부를 하던 전체 내용의 구조를 먼저 확인하고 그러한 구조에 따라 부분이 어떻게 제시되어 있는지 파악해가면서 공부해야 보다 손쉽게 전이가 가능하며 새로운 문제유형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넷째, 전이는 내용뿐 아니라 감정에서도 일어난다. 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포기하기 쉬운 과목이며 포기하는 이유를 물으면 기초가 되어있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그냥 짜증만 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 수학이 싫기 때문이다. 수학문제만 보면 두렵고 지겨워지기 때문에 풀기 싫어지고 그러다보면 이러한 감정이 다른 수학문제에도 전이되어 수학 전반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형성된 것이다. 공교육에서는 개인의 실력 차이를 고려하여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부정적 태도를 수정할 방법이 없지만 자신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러한 부정적 태도를 극복할 수 있다. 쉽고 짧은 문제부터 시작하여 성공적인 풀이 경험을 늘이고 수학과 관련된 일화를 다룬 책들을 보면서 수학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보자.
전이는 어떤 사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얻어지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누구나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시험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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