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讀書百遍義自見" 이란 말이 있습니다. 
 
내용을 모르더라도 무조건 반복해서 읽다보면 언젠가는 그 뜻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과거보는데 필요한 두꺼운 한문책을 모서리가 닳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요즘도 내용을 잘 이해하여 공부하려고 하기보다는 무작정 외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때로는 이렇게 공부할 내용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과회상(reminiscence)이란 현상이 있는데 어떤 것을 외우려고 할 때 아무리 외워도 처음에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잘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학습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과회상은 금방 일어날 수도 있고 몇 주 후에 일어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공부가 무작정 반복해서 읽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여러분도 예측하시겠지만 무작정 반복해서 읽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공부법입니다. 과회상도 무슨 신비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공부할 내용을 점차 자기 것으로 이해를 해나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즉, 처음 읽을 때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체적인 글의 윤곽만을 파악하게 되고, 다음에 읽으면서 더 구체적인 글의 내용을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옛날 우리 조상들이 하던 공부법도 이해를 통한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를 공부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있는 정보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에 저장한다고 표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정보를 장기기억에 잘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보를 장기기억에 잘 저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쳇째, 가능한 한 주어진 정보를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잘 연결시켜야 합니다.
둘째, 주어진 정보를 서로 연관된 체제화된 지식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망각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억단서를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즉, 자기가 조금이라고 알고 있는 분야일 때, 주어진 정보를 잘 이해하여 글의 흐름을 파악할 때, 다양한 상황에서 그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았을 때 잘 기억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리학의 원리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할 내용을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일단 공부할 내용을 꼼꼼히 읽기보다 전체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책일수록 처음에는 감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고 차근차근 읽다보면 앞에 읽은 것이 뒤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빠르게 정독하면서 공부할 내용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주로 어떤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지 미리 익혀두면 다음에 읽을 때 훨씬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2) 글의 전체구조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중요한 키워드를 질문으로 바꾸고 글을 읽으면서 그 답을 하나씩 찾아냅니다. 주어진 글을 수동적으로 읽는 것보다는 스스로 만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읽는 것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입니다. 이미 읽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3) 질문과 답을 염두에 두면서 글을 다시 읽습니다. 이렇게 숙독을 한번 하고 나면 글의 구조가 머릿속에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읽을 때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이 잘 기억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공부할 때 무작정 여러 번 읽는 것보다 한번을 읽더라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정독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스터디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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